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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육아정보

[육아] 신생아 혈소판감소증 경험담 / 니큐 입원기

by 스터딩아재 2021.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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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피셜 한 의학정보나 특별한 정보는 없고 그냥 인터넷 뒤져가며 찾아본 정보나 겪은 스토리이다.

* 같은 증상을 겪고 극복한 사람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 병원은 서울아산병원, 담당의사는 김애란 교수님. 

 

 

니큐(NICU) 입원

산모가 혈소판 수치가 낮은 상태로 아이를 가지면 아이한테도 영향이 갈 수 있다고 한다.

우린 알면서도 가졌고 그 결과 우리도 아이도 힘든 일을 겪게 되었다.

 

2.1kg으로 아이가 태어났고 태어나자마자 으앙 울어야 할 아기가 울지도 않고 조용했다고 한다.

때려서 울리긴 했나본데 상태가 좋지는 않나 보다 하고 걱정하더라.

 

나오자마자 필수검사인 혈액검사를 했는데 혈소판 수치가 낮았다.

정상수치가 약 15만 정도인데 아이는 17000 정도였다.

17000이면 최악의 경우 내부에서 출혈이 나면 쇼크사도 가능한 수치라고 겁을 주더라.

그래서 신생아 중환자실인 악명 높은 니큐에 입원되었다.

평소 같으면 특정 시간에 면회도 가능한데 코로나 시국이라 부모 모두 면회 불가.

그렇게 지옥 같았던 3주가 시작됐다.

 

 

 

산모병동에서의 4일

서울아산병원은 모자동실이다.

신생아실에서는 최소한의 케어(목욕이나 검사 등)만 해주고 산모와 아빠가 있는 병실에 아이를 보내는 거다.

우리는 4인실을 썼다.

어차피 모두 산모라 애기가 새벽에 울거나 그래도 서로 짜증을 내거나 하진 않았다.

문제는 4인의 산모들 사이에서 우리만 애기가 없었고,

쌍둥이가 두 커플이라 4인실에는 우리아이는 없고 5명의 아이가 있었다.

매일 남의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우리 아기를 못 보는 게 가장 힘들었다.

 

아기는 니큐에 있어서 보진 못하지만 모유는 전달해줄 수 있었다.

병실에서 착유해서 바로 니큐에 가져다주면 먹여주신다. 

제왕절개에 아기가 직접 빠는 게 아니라 잘 나오지도 않는데, 병실에서 와이프랑 같이 모유를 열심히 짰다.

밤에도 땀 흘리면서 와이프도 아프면서 모성애가 발동해서 참아가며 열심히 짰다.

진짜 열심히 짜도 10ml 짜기도 힘들었다.

사실상 이 정도 가져다줘봤자 입술에 묻혀주는 수준인데 그땐 그게 뭐라고 그렇게 간절했다.

0.01%의 면역력에라도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빌면서

모유보다 땀과 눈물이 더 많이 흘렀지만 소리 죽여 울면서 모아서 변질되기 전에 니큐로 뛰어갔다.

 

 

 

성인 혈소판 수혈 3회

아이는 태어난 지 하루하고 반나절 동안 피검사를 이유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피검사가 뭐라고 애를 그렇게 굶기나 싶어 의사가 원망스러웠다.

태어나자마자 얼마 있지도 않은 피를 자꾸 뽑아대니 얼마나 아플꼬

 

단식이 끝나고 아기는 입에 영양제를 넣는 관을 달았다.

몇 번의 혈액검사에도 혈소판 수치가 자꾸 감소해서 성인 혈소판을 수혈하기로 한다고 한다.

아직 면역력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2.1킬로짜리 애기한테, 성인 혈소판을 수혈한다는 게 걱정스러웠다.

왜냐면 의사한테 수혈하겠다고 얘기 듣기 전에 소아 혈소판 감소에 대해 엄청 찾아봤다.

그러다 오래되지 않은 좀 전문적으로 보이는 의학 논문을 몇 개 발견했다.

소아에 성인 혈소판을 수혈하면 쇼크사 확률이 존재하고, 4회가 넘어가면 그 확률이 급격히 올라간다는 거다.

가만 내버려 두면 안전할 거 같은데 굳이 수혈까지 해야 되나 싶어 담당교수에게 수혈은 안 하면 안 되냐고 말했는데

뉘앙스가 우리가 더 잘 아니까 신경 쓰지 마시오 알아서 할게라는 느낌이었다.

대학병원 앞에서 아이가 인질로 잡힌 부모는 아무 관여를 못한다.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없었으나 2번을 수혈해도 수치는 안 올랐다. 오히려 수혈 전보다 더 파괴되고 있었다.

3번째 수혈을 하고 나서는 3만 정도까지 올랐다.

이게 수혈 때문에 오른 건지 먹기 시작하면서 정상 기운을 회복한 건지 난 아직 의문이다.

과거에는 이런 거도 모르고 그냥 키웠을 텐데 그냥 데려가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기를 두고 퇴원, 모유 배달의 시작

아이의 퇴원 보류 통보. 병원에서 2주 더 있어야 된다고 한다.

그냥 데려가고 싶어도 의사가 안 보내주면 못 데려간다.

퇴원할 때는 와이프만 면회가 됐고, 나는 못 보고 나왔다. xx코로나

 

조리원이며, 조부모의 아기 면회며 다 꼬였지만 그것보다 이 차가운 곳에 두고 가는 게 너무 마음 아팠다.

가는 내내 집에 가서도 엄청 울었던 거 같다.

금방 데리러 올 테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직접 말을 못 하고 온 게 너무 미안했다.

태어나자마자 마스크 쓴 간호사들 사이에서 10개월 간 들은 엄마 아빠 목소리가 왜 안 들리나 무서웠을 거 같았다.

와이프는 조리원에 혼자 들어갔다. 다들 아기랑 있는데 아마 와이프도 엄청 힘들었을 거다.

 

이제 아기가 조금 회복해서 수치가 조금 오르고, 먹기 시작한다고 한다.

니큐에서는 주말, 새벽 상관없으니 모유 나오는 대로 얼려서 가져다 달라고 했다.

 

병원에서는 매일 하루 한번 아기가 먹은 분유의 양, 남은 모유양이 문자로 온다.

채혈 때문에 금식이라고 오면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

어제는 20 먹었는데 오늘 30 먹었어하면서 와이프랑 기뻐했던 기억도 난다.

 

나는 모유가 떨어질까 싶어 퇴근하고 조리원에 가서 병원으로 아이스팩을 들고 매일 갔다.

와이프도 조리원에서 혼자 새벽에 자다 깨면서 유축기로 열심히 모았다.

모유를 전달하면서 니큐 간호사에게 요청하면 사진을 찍어줘서 간 게 더 크긴 했다.

애기는 항상 눈을 감고 있었고,

팔에는 온통 주삿바늘 투성이에 더 찌를 때가 없어 머리에 주삿바늘이 있을 때도 있었다.

머리에 꽂힌 주삿바늘은 진짜 속상했다. 찾아보니 그래도 니큐에서는 왕왕 있는 일이라고 한다.

 

 

 

퇴원과 병원비

퇴원이 1주 연장돼서 3주가 됐다.

담당 교수님이 꼼꼼하시기로(걱정이 많으시기로) 유명하시다고 한다.

별다른 처치 없이도 알아서 수치가 퇴원 기준인 10만 이상 회복한 지 꽤 되었고, 먹기도 잘 먹는데 안 보내준다.

애기가 배가 볼록한 게 거대결장일 수도 있다고 갑자기 연장했다고 한다.

퇴원한다고 휴가 내고 준비 다 해놨는데 분노했다.

 

중간에 니큐에 모유 배달하면서 담당의사를 우연히 만나서 사정사정했다.

간호사들은 잘 먹고 잘 싸고 괜찮다는데 좀 놔주라고 이러다 부모 다 죽겠다고.

그래서 마음이 약해졌는지 퇴원 결정을 해줬다. 

니큐에서 나오는 날은 오랜 감금에서 탈출한 것처럼 도망치듯 나왔다.

그렇게 좋은 날이 또 있을까 싶다.

 

사실 소아 혈소판 감소에서 수혈 말고 딱히 뭐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였다.

그냥 잘 먹이고 잘 재우는 게 치료법이지 않았을까 싶다.

대학병원 간호사님들은 워낙 바쁘다 보니 퇴원한 아기는 기저귀 발진으로 소중이 부분이 빨개져있었다.

이럴 거면 차라리 조리원에서 엄마가 케어하는 게 더 금방 나았을 거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경우 아니라면 대학병원 출산을 비추하고 싶다.

 

20일 정도 입원했는데 총병원비는 1000만 원 이상, 자기 부담금은 90만 원 정도 나왔다.

신생아는 대부분 건강보험에서 지원돼서 다행이다. 

부담금보다 태아보험에서 보험금이 훨씬 많이 나왔다. 여기서 태아보험 들기 참 잘했다 생각했다.

설계사가 애기가 초반에 아픈 경우 많다며 초반 특약에 몰빵한 결과였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비슷한 상황을 겪거나, 니큐에 아이가 있는 부모님에게 힘이 되면 좋겠다."

"우리 아이는 생각보다 강하니까 믿고 기다립시다."

"당신은 충분히 좋은 부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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